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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뱀장어' ..아직도 뱀장어의 산란과정은 베일에 싸여 있다고.

by 맨도리쓰 2012. 10. 23.
http://nwijo.blog.me/20168001510 에서 퍼온 글..


흔히 민물장어라고 하는 뱀장어의 고향은 민물이 아니다. 뱀장어의 고향은 육지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먼바다이며

 그 일생은 오랜 세월 신비에 싸여 있었다. 최근 도쿄대 연구팀이 마리아나 제도에서 뱀장어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그동안 그 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할 정도로 뱀장어의 산란과정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중국문헌 <조벽공잡록>은 뱀장어는 수컷만 있고 암컷이 없으며 새끼는 가물치의 지느러미에 붙어서 태어난다는

설화를 남기고 있다. 정약전 역시 이 이야기를 <자산어보>에 인용하면서 “바다에서 을 낳는 놈은 바다에 가물치가

없으니 어느 곳에서 퍼져 부식할 수 있는지 아직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서양에서도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이는 지렁이가 변해 뱀장어가 된다고 했고 그 외에도 어미의 피부조각에서

생겨난다거나, 아침이슬이나 말의 털이 변해서 생긴다는 황당한 주장도 있었다. 심지어는 딱정벌레가 뱀장어

낳는다는 낭설까지 전해질 정도였다. 그러다 1922년 덴마크의 해양생물학자 요하네스 슈미트 박사가 17년 동안의

집요한 추적 끝에 유럽의 뱀장어들이 을 낳는 곳은 북대서양 버뮤다 삼각해역의 심해라는 사실을 밝혀내게 된다.


뱀장어는 민물에서 5~12년을 살다가 가을이 되면 바다로 내려가 먼 길을 유영하여 도달한 깊은 바다에서 산란을

마친 후 죽는다.

그렇게 부화된 새끼 렙토세팔루스(버들잎뱀장어)는 어미가 힘들게 왔던 길을 되짚어 수천 킬로미터의 여행 끝에

강 하구에 도달할 무렵 실뱀장어로 변태한 뒤 하천으로 올라가서 민물장어로 성장한다.

요즈음 흔히 먹는 양식 장어는 이때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실뱀장어를 포획하여 키운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뱀장어는 대부분 서태평양의 깊은 바다에서 한반도 연안까지 오랜 시간 헤엄쳐 온 것들이다. 이렇게 강인한 성정을

타고난 뱀장어를 우리 조상들은 식품보다는 약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허준의 <동의보감>은 뱀장어가 “다섯 가지 치질과 부스럼에 특효가 있고 여러 가지 충을 죽이며 악창과 부인들의

음부 가려움 병을 고친다”고 했으며 “오장이 허한 것을 보하고 폐병을 치료한다”고도 했다. 조선 후기의 학자 홍만선이

지은 <산림경제> 벽충편에는 “말린 뱀장어를 방안에서 태우면 모기가 화하여 물로 된다”는 대목도 나온다.

조선시대의 조리서에서 뱀장어요리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뱀처럼 생긴 모습 때문에 장어류를 기피하던 우리나라

사람들이 뱀장어를 흔하게 먹게 된 것은 아무래도 일제 강점기의 영향으로 유추된다.

일본사람들은 뱀장어를 즐겨 먹는다. 우리가 복날에 삼계탕을 먹듯 그들은 장어구이를 먹는다. 조선 중기의 문신

남용익이 1655년에 통신사로 일본에 다녀와서 저술한 <문견별록(聞見別錄)>에 그곳 사람들이 생선구이로는

뱀장어구이를 제일로 친다는 대목이 나오는 걸 보면 그 시절에도 즐겨 먹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뱀장어는 고단백, 고지방 식품인 데다 각종 비타민까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원기회복을 위한 보양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최근에는 피부미용과 노화방지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려져 여성들에게도 성가가 높다.

풍천장어의 고장으로 려진 전북 고창에는 신덕식당이 4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서울에서는 논현동의

남서울민물장어가 전통의 맛을 이어오고 있다. 경기도 광주의 이수동민물장어는 비장의 간장소스구이로 이름을

얻고 있는 집이다.

글·예종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음식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