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류현진이 2006년 프로에 입단한 이후 입버릇처럼 말해온 말이다. 동산고 시절부터 초고교급 왼손투수로 이름을 날렸지만, 동시에 4번타자로서 클린업트리오의 한축을 맡아 뛰었던 경력을 앞세워 타격에 대한 자부심을 종종 드러내보이곤 했었다.7년후, 독수리 둥지를 떠나 미국 프로야구 LA다저스로 가게 될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일까.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로 아메리칸리그와 달리 지명타자 제도가 없어 투수도 타석에서 들어선다.류현진이 마운드에 섰을 때, 9명으로 채워진 라인업 가운데 부담감을 느낄 전문 타자는 8명이며 상대적으로 투수겸 타자 1명에 대해서는 편안하게 승부할 수 있어 유리하다. 반대로, 류현진이 타석에 섰을 때는 '동산고 4번타자' 출신이라는 자신감이 방망이를 잡은 오른손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특이한 것은 공은 왼손으로 던지지만, 방망이를 잡는 손은 오른손이다. 그가 양손잡이이기 때문이다. LA팬들은 왼손으로 강속구를 꽂아 넣은 뒤 오른손으로 홈런을 날리는 류현진을 눈앞에서 보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대개의 투수들은 부상 위험때문에 타석에서는 소극적이거나, 매우 큰 스윙으로 빨리빠리 타석을 마감한다.'모 아니면 도'의 타격을 하는데 류현진은 고교시절 타석에서도 '괴물'이었다. 동산고 3학년이었던 2005년 한국야구 100주년 기념 고교 선수들의 홈런레이스에서 7개의 대포를 쏘아올려 당당히 홈런왕을 차지했던 파워히터다. 그해 청룡기 타율이 0.389(4경기 18타수 7안타)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출루율 0.389와 장타율 0.556도 뜨거웠다. 류현진은 동산고 3학년때 4번타자로서 타율 0.302(10경기 43타수 13안타 9득점)를 자랑했다. 현역 선수 가운데 동산고 4번타자 출신으로 류현진 외에 SK 포수 정상호가 있다.프로에 와서도 류현진의 '타자 취미활동'은 계속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6월 23일 대구구장에서 외국인 투수 오넬리 페레즈와 10만원 내기를 걸고 프리배팅 대결을 펼쳐 이긴 적 있었다. 펑고 타구를 날려 대구구장 담장을 넘기는 힘자랑이었는데, 류현진은 연신 담장을 넘기며 이겼다. 지난해 올스타전 홈런레이스에서도 시원하게 한방 날렸는가 하면, 올해 올스타전에서는 번트왕 대회에 나서는 등 우타자로서의 능력을 끊임없이 보여줬다.
'원조 코리안특급'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통산 3개의 홈런포를 날렸는데, ML통산 타율이 0.179(430타수 77안타 31타점 20볼넷)로 다저스에서는 2000년 2홈런을 기록했고 필라델피아 소속이었던 2009년에 한방 더 터뜨린 바 있다. 박지영기자 how@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