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미국 위키리크스 기밀문서 공개, 외교당국 당혹

by 맨도리쓰 2010. 12. 1.

"정부 당국자들의 완고한 ‘비밀주의’가 결국 인터넷 폭로사이트가 공개한 문건 하나에 맥없이 무너졌다.”

폭로 전문 인터넷사이트 ‘위크리크스’의 미국 외교 기밀문서 폭로 사태로 당혹해 하는 한국 정부를 동아일보는 이렇게 표현했다. 대북정보와 관련해 그동안 숨겨왔던 비밀이 드러났고, 중국에 대해 험담을 늘어놓은 외교 핵심 당국자들의 실명과 발언내용이 그대로 공개되면서 외교적으로 난처한 상황에 처한 상황을 빗댄 것이다.

조선일보도 “한국 외교가 발가벗겨졌다”고 진단했다. 외교 소식통들은 “한국 외교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났다. 참담하다. 특히 대중 외교에 큰 어려움이 생길 것 같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한반도 정세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목되는 이유다.

다음은 1일자 전국단위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한미 FTA '속전속결'>
국민일보 <"북 고위관료 다수 한국 망명">
동아일보 <"미와 대화도 필요 없어 / 이젠 우리의 길 가겠다">
서울신문 <'중 푸념'을 오판…대북정책 무장해제 했다>
세계일보 <연평도에 ‘아서’ 대포병레이더 긴급 배치>
조선일보 <“교전규칙 ‘같은 무기’ 집착않겠다”>
중앙일보 <“북 고위 관리들 올초 극비 망명”>
한겨레 <“북 고위관리 다수 한국망명”>
한국일보 <“북 전방위 압박 고통지수 높이겠다”>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북 고위관리 다수가 한국 망명”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 기밀문서에 따르면 다수의 북한 국외근무 고위 관리들이 최근 한국으로 망명했으며, 현재 한미 정보기관들이 정보획득을 위해 이들을 조사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유명환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1월11일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북한인권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정확히 몇 명인지 확인해 줄 수는 없지만 해외에서 활동해 온 고위급 북한 관료들이 최근 한국으로 망명했다”고 밝혔다.

   
  ▲ 한겨레 12월1일자 1면  

 

유 장관은 이 사실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북한은 화폐개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체제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고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 역시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도 전했다.

천영우 당시 외교부 차관 “북, 김정일 사망이후 2~3년 안에 붕괴할 것”

우리 정부가 또 2015년 이후 북한이 급속하게 붕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미국대사관이 지난 2월22일 작성한 전문에 따르면 천영우 외교부 차관(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같은 달 17일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와의 오찬에서 스티븐스 대사에게 “북한은 이미 경제적으로 붕괴하고 있고 김 위원장이 사망한다면 2, 3년 내에 정치적으로도 붕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김 위원장을 접견한 중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건강 악화로 김 위원장이 결정을 번복하는 성향이 심화되고 있다”고도 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지난해 7월20일 방한한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를 만난 자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5년 이상을 살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는 내용도 공개됐다. 이 전문에는 그러나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1월 김 위원장을 만났을 때 뇌수술을 받았다면 생겼을 머리 흉터를 발견하지 못했으며 곧 죽을 사람으로 보이지도 않았다”는 내용이 추가로 담겼다.

김성환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현 외교통상부 장관)은 2월 캠벨 차관보와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내부 상황이 불안정해지고 있다”며 “북한의 북쪽 지역에 소요사태가 있었다는 믿을 만한 정보가 있으며 국가정보원 보고에 따르면 평양에서 베이징으로 가는 여객 열차에 폭탄이 있는 것을 북한 경찰이 발견했다”고 전했다.

   
  ▲ 조선일보 12월1일자 4면  

 

북한에서 1990년대에 세 번의 쿠데타 시도가 있었다는 내용도 공개됐다. 주미 대사관이 2월28일 미 국무부에 보고한 전문에 따르면 캠벨 동아태 차관보는 같은 달 3일 한국내 북한전문가 5명과 만났는데, 이 중 한 전문가는 “1990년대에 세 번의 쿠데타 시도가 있은 후 김정일은 매우 엄격한 통제정책을 시도했고 쿠데타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사람은 누구든 처형함으로써 미래의 음모자들에게 단호한 경고를 보냈다”고 말했다.

중국은 북한이 권력승계 계획을 세울 만큼 시간이 충분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청궈핑 카자흐 주재 중국 대사(현 외교부 부장조리)는 호글랜드 대사와의 만찬 겸 면담에서 “북한의 정치 상황이 아주 복잡하다.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 움직임이 주도면밀하게 계획된 전략에 따라 이루어지기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건강악화에 따라 (급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북한 붕괴로 난민 몰려오면 국경봉쇄 할 수도”

중국 정부는 또 북한 붕괴 이후의 시나리오도 세워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 기구에 파견된 한 미국 외교관이 중국 당국자로부터 들은 사항을 미국 정부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30만명의 난민을 수용할 수 있지만 북한 주민이 한꺼번에 몰려올 경우 국경봉쇄를 위해 병력을 동원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주한 미국대사관의 1월 전문에는 한중 정상회담 때 이명박 대통령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한 유사시를 대비한 비상계획에 대해 거론했을 때 후 주석은 일부러 못 들은 척 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천영우 외교부 2차관 “우다웨이는 가장 무능한 관료” 노골적 비난

천영우 당시 외교부 2차관(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지난 2월 캐슬린 스티븐스 미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의 6자회담 대표인 우다웨이에 대해 “가장 무능한 관료이며, 오만한 홍위병 출신으로 북한과 핵 비확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혹평한 사실도 공개됐다.

천 차관은 또 “현재 중국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 일본, 한국과 전략적·경제적 이해관계가 훨씬 더 밀접하기 때문에 북한 붕괴 시 중국 군대가 한반도 사태에 직접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그러나 중국을 달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에 광물이 풍부한 북한지역에서 충분한 상업적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확실하게 해 둘 계획”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청와대 “확인해 줄 수 없다”…벗겨진 ‘외교장막’ 당혹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사실에 대해 정부는 일단 내용과 관련한 일체의 공식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청와대 대변인은 “다른 나라 정보사안에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언급을 피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다른 나라 문서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북한 고위 관리의 망명에 대해서도 국정원은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위키리크스에 우리의 대북정책 등에 대한 내용이 밝혀져 파문이 확산되자 향후 대응책 모색을 위해 미국 정부와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파장 주목…“전문가들, 남북관계 영향 적을 것”

위키리크스의 폭로가 한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전문가들은 내밀하게 오간 우리 쪽 전략이 공개된 데 대해 우려를 표시했으나 이번 일이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서울신문은 4면 기사 <벗겨진 ‘외교장막’…남북관계 큰 영향 없을 듯>에서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내밀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들이 여과 없이 나와버렸기 때문에 앞으로 외교활동 등이 굉장히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으로서는 큰 손실이고, 우리나라로서도 밀실적인 측면에서 이뤄지는 일들, 치명적인 내용들이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제3국을 통해 여과 없이 밝혀진 것이기 때문에 큰 피해를 입은 셈이라 어떻게 대응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국 국무부의 대외비 외교문서를 통해 한국과 미국 정부가 그동안 북한의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상당부분 협의해 왔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도 “내용 자체가 북한에 충격적이지도 않을 것이고, 이제 오히려 자신들의 주장을 더 정당화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에 들어갈 수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특별히 대응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4면 기사 <발가벗겨진 한국 외교>에서 “외교부는 또 다른 국가들이 전문 내용만 보고 개인적 생각을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인 것으로 오해할까 봐 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북한 붕괴나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인식, 중국의 특정 외교관에 대한 평가는 정확한 데이터나 정보에 근거했다기보다는 개인적 견해나 희망사항에 가까운 것들인데, 이를 정부 생각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 경향신문 12월1일자 13면  

 

민감한 발언이 담긴 외교문서의 공개로 난처해진 미국은 유출자를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위키리스크 사건은 국제 동맹에 대한 공격”이라며 정보유출자를 끝까지 추적해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우리같은 민간인의 경우 그냥 정확한 정보라서 좋긴한데..외국 정치인들이 보기엔 험담한걸 여과없이 보여줘 정말 껄끄러운 상황을 만들거 같아 답답하군요..바로위 사진에 로버트기브스씨의 얼굴 표정이 말하는 것처럼 답답합니다.. 미국도 요즘 보안문제가 약해진것 같네요...대세는 중국으로 넘어가는건가?!